[베를린©Medu.News] 이전 기사를 통해 한국의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논란과 “공공의료 확대와 의대생 충원”에 대한 상관 관계를 살펴보았다. 본 기사는 유사한 현상에 대한 “유럽의 대응 방식”에 대해 살펴보고, “보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의사 증원 및 감원”이 어떻게 가능한지와 더불어, 공공의료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유럽의 “외국인 의사”에 대한 유럽 일반인/환자의 인식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아울러, “한국인 의대 유학생”이 이러한 “유럽의 외국인 의사”로서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근거와 요건에 대해 설명한다.
의사 은퇴가 급증하는 유럽, 어떻게 대처할까?
한국과 달리, 유럽은 베이비 부머의 은퇴로 인해 “의사 은퇴 문제”가 점차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특히, 앞으로 5년 이내에 전체 의사의 20% 이상이 은퇴 예정인 독일과 같은 경우, 의사 증원의 문제가 아닌 “기존 의사 수 유지”만 하더라도 매우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일부 “의대 정원 확대” 또는 “의대 증설”과 같은 해결 방안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어왔으나, 유럽의 경우에는 “EU 회원국 사이의 자유로운 이주”로 인해 “주변 국가로부터 현직 의사를 유입하는 방법”을 통해 최소 6년 이상이 소요되는 “의대생 증원”의 방안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러한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 정부는 주변 국가인 “폴란드・체코・헝가리・루마니아・라트비아” 등과 협약을 맺어 “의과대학 독일어 과정”을 40년 이상 유지해오며, 독일 학생들이 주변 국가에서 “의대 유학”을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무이자 학자금 대출과 같은 “학생 지원방안”을 실시하고, 이들이 졸업 후에 “독일 수련 병원”에서 레지던시를 이수하는데 전혀 차별이나 제한이 없도록 제도적인 보장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의대 유학”에 대한 환경이 유지되는 것은 과거 “동독 시절의 공산권 협약”에 그 뿌리를 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통일 후에도 이러한 제도를 유지하는 까닭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의대생 및 의사 수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지금 당장 또는 머지 않은 미래에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 및 의대 증설”의 수순을 밟을 경우, “의사가 너무 많아질 경우”에 이를 줄이기 위해서 “폐교하거나 정원을 축소해야”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러한 경우 “기존 투자에 대한 손실”이나 “실직에 따른 손해배상” 등의 부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인구 대비 의사 수”를 조정하는 가장 유연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써 “외국 의대 졸업자”를 일시적으로 더 우대하거나 반대로 감소시키는 것이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과 마찰을 줄이는” 안전한 방법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한편, 유럽 각 나라마다 “의사 급여 체계나 근무 환경”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특정 세대의 인구 증감이 아니더라도, “의사가 특정 지역으로 유입되거나, 특정 지역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14년 시리아와 중동 지역의 난민이 급격하게 EU로 몰려들기 시작한 이후,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난민을 전담하는 통역원 뿐만 아니라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인력”의 수급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했다. 뿐만 아니라, EU 회원국 개별적인 경제 여건의 변화 등으로 인해, “더 높은 급여”를 찾아 새롭게 떠나는 의사들이 나타날 경우, 그로 인한 “연쇄 이동 현상”이 상당 기간에 걸쳐 나타나기도 하는 등, 유럽 내에서 “의사 이동에 따른 의료 인력의 증감”은 수시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에 힘입어, 유럽 각 지역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외국 의사”를 우대하는 정책을 빠르게 실시하거나 축소하는 형태로 “의료 인력 공급 조절”을 이어오고 있다. 그로 인해, 유럽 각국의 “외국 의사 취업”에 대한 허용 여부나 세부 시행 규칙은 일정 기간마다 변경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여기에는 “해외 의대를 졸업한 자국민”에 대한 정책 외에도 “외국 국적 의사”에 대한 면허 발급이나 개원 허용 여부에 대한 정책도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인 의대 유학생”에게 매우 중요한 사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유럽 취업”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유럽은 EU(*유럽연합)과 EEA(*유럽경제지역) 의 두 가지 시스템을 통해 약 30여개 국가의 “학력, 면허, 자격” 등을 상호 인증하여, 합법적으로 “이동과 이주”를 유효하게 인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비록 EU 국적자가 아니더라도 한국인의 경우에도 “유럽 내에서 취득한 학력과 면허, 자격”은 거의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별도의 시험을 거치지 않고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새로운 지역에서 정상적인 취업과 노동을 위해 “현지어 최소 능력”에 대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약 1년 가량의 준비 기간으로 취득 가능한 수준이 대부분). 때문에, “한국인 의대 유학생”의 경우에도 이러한 “최소한의 현지어 능력”만 갖춘다면, 졸업 후에 유럽의 다양한 국가에서 취업과 개원이 가능하다. 더구나, EU 회원국에서 실시중인 “블루카드” 제도와 더불어 각 나라별 “전문직 우대 이민 프로그램”의 두 가지 법률적인 지원 체계를 통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영어권 국가에 비해 “훨씬 손쉽게 취업 이민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표적인 국가로써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인이 의사를 선택하는 방법은?
이와 같이 “외국인 의사”를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곳이 유럽이다. 그렇다면, 유럽의 “환자”들은 “외국인 의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유럽은 미국만큼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살아가기 때문에, 단순히 “피부색”이나 “언어”만으로 외국인에 대한 일정 수준의 경계심이나 배타적인 감정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국가간 이동”이 허용된 나라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휴가 인파”로도 충분히 엄청난 숫자의 외국인을 수시로 경험하고 주변에 두고 살아가는 유럽인이 무척 많은 것도 사실이며, 전문직 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점원이나 주유소 알바생과 같은 직군에서도 “외국인 또는 외지인”을 항상 경험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외국인 의사”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경우에는 이미 “한의학 (*정확하게는 Chinese “medicinal” practices)”에 대한 개방적인 인식도 놀라울 정도로 퍼져있으며, 일반인 뿐만 아니라 의사들 가운데도 “침술학”을 비롯하여 “생약 성분에 대한 약리・생리학적 이해와 융합 임상”을 주장하거나 진료 과정에서 적극 반영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foreign medicines”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이렇게 개방적인 “의료 취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의사 및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은 언제나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단순히 “외국인 의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료 태도와 서비스 품질”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앞서 설명한대로, 유럽은 “공공의료”의 비중이나 지위가 한국과는 많이 다르며,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지역 담당 의사 가운데 선택하는” 방식으로 개인별 “주치의(*GP, General Practitione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공공 보험이나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아닌 “사보험 가입”을 통해 이러한 공공 의료 시스템과 별개인 “사립 병원 (*영리 목적의 병원법인이나 개인 클리닉)”에서 진료를 받는 일반인도 많은 편이다. 한국이라면 가까운 병원을 찾거나, 보다 나은 “진료 서비스”를 위해 SKY 의대 간판이 붙어있는 병・의원을 찾는 식으로 “진료의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에는 대부분 “주치의”에 대한 선택 기준이 “현재 할당된 환자 수가 적은 의사”라던지 “클리닉이 집에서 가까운 주치의”를 기준으로 “진료의 선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사보험 가입자”의 경우라면 이미 “보험사가 지정한 관할 클리닉 또는 병원” 가운데 선택해서 진료를 받게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이러한 클리닉이나 병원의 간판에 “의과대학 로고나 명칭”이 포함된 경우는 없으며, “의사 이력”을 나타내는 웹사이트나 홍보물 등의 경우에도 “근무한 병원” 위주의 소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어느 의대 졸업자인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각 의과대학의 랭킹을 선정하는 기준이 “입학생의 평균적인 입학 성적”에 의해 지정되는 것이 아닌 “대학병원의 병상 규모, 진료 과목별 평가, 교수진 연구 실적에 대한 평가”를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SKY 의대 졸업자 상당 수가 SKY 의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를 이어가는” 식의 순혈주의나 자교우대와 같은 문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하이델베르그 의대”나 “베를린 샤리테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출신 대학과 아무런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독일 각 지역의 수련병원”에 취업하고, 여기에서 중요한 “선택 조건”은 “희망 전공과・급여・근무 시수・주야간 교대 환경・연중 휴가일수・기후 및 생활 환경” 등으로, 흔히 말하는 “병원 간판”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그리 높지 않다. 심지어는 레지던트 1-2년차 이후에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찾아서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의사에게 출신 의대보다는 근무한 병원에 대한 중요도”가 더 높게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의사 개인적으로 “명문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한국에서와 같이 “손에 꼽는 명문대”라는 개념보다는 “다수가 존재하는 명문대”라는 것이 유럽 대학의 현실이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어느 의대를 졸업한 의사인지”에 대해서는 일반 환자가 묻거나 따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출신 의대”에 대한 중요도가 자국민 의사에게 적용되지 않는 마당에, “외국인 의사”라면 더군다나 “어느 의대를 졸업했는지”를 묻는 경우는 훨씬 드물다. 물론, “첫 취업”의 단계에서는 “외국에서의 학력과 경력”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심사할 수도 있지만, 이 단계에서도 “대학 간판”이 아닌 “평균 성적・현지어 능력・실습 경험・기타 인터뷰 평가”의 요소를 훨씬 중요하게 고려한다. 때문에, “한국인 의대 유학생”이라면 굳이 “취업을 위해 인지도 높은 대학”을 따지는 것 보다는 “이수 학점・현지 언어 능력・인턴쉽 경험・인터뷰 및 자기소개서” 등에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성공적인 유럽 취업과 이민”을 보장하는 비결인 셈이다. 유학을 고민중이라면 “어느 대학이 더 좋은지”에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겠으나, “좋은 대학”의 기준이 한국에서와 같이 “대학 이름값”이라 여긴다면 큰 오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