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초보 유학, 카톡 금지

카톡, “한국인끼리”로 움츠러들게 해

[로마]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보급률 1-2위를 다투는 나라. 삼성 전자의 나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망 보급률. 세계에서 가장 많은 PC방… 이러한 수식어들은 이미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스스로가 부여한 자랑스러운 별칭”이자, 동시에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보면, 진정한 인터넷 환경을 깨닫는다”는 사실로 이어졌다. 때문에, 일상의 대부분을 “스마트폰 (및 그 화면)”에서 떼어내기 어려울 정도인 한국의 일상. 심지어는 대도시 뿐만 아니라, 농어촌 환경에서도 스마트폰 없는 모습은 정말로 “템플 스테이 등과 같이 인위적으로 제한하려는”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찾아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어디 그 뿐이랴. 최근들어 계속된 “병영 환경 개선”이라는 대한민국 남성 대다수의 희망이자 근심거리를 두고도 “일과 후 휴대전화 허용”이라는 “변화된 군 생활의 상징” 또한 “스마트폰”으로 목격하게 된 요즘이다. 이토록, 한국 사람의 대다수에게서 떼어내기 어려운 – 어쩌면 “부모/자식” 관계 다음으로 떼어내기 힘들게 된 – 것이 바로 “한국인 & 스마트폰”이 아닐까?

이 때문인지, 유학생 절대 다수도 “카톡”으로 똘똘 뭉쳐지내고,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스카이프”나 “페이스북,” “네이트 온” 같은 (화상) 메신저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컴퓨터” 앞에 앉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그로인해 “부모 세대에게는 배워야만 쓸 수 있는” 그런 소통 수단이었고, 기껏해야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유학생과 한국의 가족/친구가 소통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게 겨우 10년 전 이야기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유학 떠나면 마치 월남 파병이라도 가듯” 공항에서 부둥켜안고 자식을 떠나보내던 부모님들이 정말 많았다. 그랬던 인천 공항 출국장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게 다 누구 덕분/때문이냐고? 이른바 “국민 어플/앱”인 카카오톡이 아니겠는가?

카톡이 설치되지 않은 한국인의 휴대폰은 정말 찾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원해서든 원하지 않든, 어쩌면 이제는 교도소나 구치소 등 극히 일부 시설에 머무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스마트폰 속의 카카오톡은 밥먹고 숨쉬는 것 만큼이나 당연하다. 다시 유학생으로 돌아가보자. 핀란드에서 유학중인 A씨는 아침이면 휴대폰 알람이 아닌 남자 친구의 보이스톡으로 시작한다. 이제 그만 학교가야지 하는 남친의 목소리는 여기가 핀란드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바쁜 수업 일정을 보내는 와중에도 수시로 “우리 딸, 밥은 먹었니?” 하는 엄마 아빠와의 단톡방은 오히려 고3 때보다 더 많은 톡이 오간다. 가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같은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예능에서 핀란드 사람이라도 나올라치면, 여지없이 울려대는 “얘, 너 사는데랑 여기랑 머니?” 하는 식의 “내가 TV에서 본건데~” 식의 톡은 어쩌면 애교일 수도 있겠다. 이쯤 되면 궁금한 점. “그래서 카톡이 무슨 죄?”

 

유럽의 카톡, What’s app 웟챕

“죄”라기 보다는 “방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카톡은 그렇다. 한국에서도 일상에 주는 도움이 큰 만큼, 때로는 지나친 사생활 침해나 예의없이 밤낮으로 몰려드는 “공과 사를 모르는 톡”까지, 그 “방해” 수준은 어딜가나 사라지지 않는다. 유학생에게 “카톡은 한국인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어버린다. 특히, 같은 학교나 같은 지역, 또는 한인 교회와 같은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카톡을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도움을 요청하는” 소중한 생명줄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문제는 바로 그런 “소통의 중심이나 생명줄에 가까운 대상이 한국인/한국 커뮤니티”라는 것이다. 유학을 떠나는 이유는 “교육 기관의 학점과 학위가 필요해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지만, 동시에 “현지로부터 보고 듣고 깨닫고 배우고 비판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유학 생활”의 더 큰 기능이어야 한다.

한국 유학생만 문제냐고? 물론 그렇지는 않다. 굳이 국적에 따른 문제라던가, 인종이나 문화권에 따른 문제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모국어 중심의 소통”은 한국 유학생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출신의 유학생들에게도 종종 등장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라는 말인가? 한국을 떠나서, 또 모국을 떠나서, 타지에서 유학을 하는 가운데 “높은 만족도와 효율적인 유학 생활”을 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학생들은 대부분 “현지화하고 현지 중심의 소통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즉, “한국어나 한국인 커뮤니티를 버리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소통을 하려거든 “현지 문화에 맞추어” 하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럽에도 카톡이 있다. 실제 우리가 쓰는 카톡을 재미삼아 실제로 사용하는 “K-POP” 팬들도 제법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What’s App (웟챕) 이라는 메신저를 사용한다. 간혹 Viber 나 Telegram 을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주류에 해당하는 유럽의 카톡”이라면 결국엔 What’s App 을 꼽을 수 밖에. 한국 유학생들은 상당수가 “카톡+웟챕”을 함께 사용하지만, 주로 “카톡=한국어”이고 “웟챕=영어/현지어”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나름의 장단점 (*특히, 카톡의 수 많은 이모티콘이나 카카오 프렌즈 등은 정말이지 웟챕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유혹)이 있지만, 두 앱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언어 문제에서 그치는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진짜 궁금하고 중요한 정보”를 “카톡으로 주고받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영어/현지어로 묻기 곤란한 현지에서의 문제(*또는 학교 생활 그 자체)” 마저도 “나보다 영어/현지어를 잘 하는 한국 유학생”에게 “카톡”으로 정보를 다시 묻는 경우가 많아진다.

결론적으로, 카톡은 “유학 초보”에게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아니, 오히려 “현지 언어나 영어 실력을 키울 기회를 스스로 없애가는 길”이 되었다. 현지인들이나 다른 나라에서 유학을 온 “외국인”들이 지닌 정보나 그들과의 소통이 항상 생산적이거나 의미가 더 깊거나 하지는 않다. 게다가, 급할수록 또 어려울수록 “빠르고 정확한 소통”이 필요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카톡” 안에서 구원의 손길을 찾고 또 내미는 경우가 어쩔 수 없이 이어지곤 하는데, 과연 그것이 “진정한 구원일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려울수록, 또 복잡할수록” 현지 학생들이나 현지 커뮤니티를 통해 답을 얻는 습관을 들일수록, “유학 초짜”에게는 “공짜 수업”을 더 듣는 것과 같은 “개이득”이 될 수도 있는 법이란 얘기다.

internet, whatsapp, smartphone

 

 

페북? 유행 지났지만 여전한 쓰임

한국에서는 싸이월드 시절을 뛰어 넘었던 것이 바로 “페북”이었다. “사진과 글”을 공유하는 여러가지 온라인 서비스가 있었지만, 페이스 북은 아무래도 “저커버그”라는 영웅처럼 빗대어진 CEO 덕분인지 “파란색 F” 로고가 주는 느낌은 사뭇 “SAMSUNG” 로고를 보듯 익숙하고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페북 댓글이 “정치적인 메시지를 퍼나르는” 기능으로 더 주목을 받는 사이에, 유튜버들이 돈을 얼마나 벌었는가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가는, 동시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싸”의 모습을 동경하거나 스스로가 “인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특별한 목적이나 메시지를 퍼나르지 않는” 인스타그램은 페북의 관심을 무척이나 많이 빼앗아 버렸다. 이러한 과정은 한국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주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특히 유럽에서는 “개인정보 누출”이라는 엄청난 스캔달을 겪으면서 “페북은 사라져야 할 존재”처럼 여기는 일반인도 많이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유독 페북은 쓰지 않지만 인스타+웟챕은 꼭 사용하는 유럽인들이 많이 늘어났으며, 자연스럽게 페북은 “라떼 이즈 홀스”와 같은 존재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페북이 “대학이나 교수진”에게 여전히 “기능적으로 존중받는” 경우가 많은 곳이 유럽, 특히 이탈리아라는 점이다. 학교의 공식 웹사이트나 Moodle 과 같은 온라인 학사관리 플랫폼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상당수의 교수진 (*아이러니하게도, 40대 중반 이상의 연령대가 두드러진다) 에게 페이스북은 “소통의 공간이자, 한국 대학가의 대자보 같은” 역할로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있다. 특히, “대학의 통제나 감시를 떠난 오픈된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처럼 보이는 “페이스북 그룹”은 그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또 다른 교수진이나 학생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학가의 빠른 뉴스”나 “캠페인 홍보” 등은 “페이스북”을 기준으로 웟챕이나 인스타를 통한 부가적인 채널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러다보니, 한국 유학생들로서는 “카톡/웟챕/이메일”의 세 가지로도 충분히 “소통하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철지난 페북”에 더해 “셀카도 안찍는데 인스타는 뭐하러?” 하는 한국 유학생들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특히, 유럽 학생들이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주말에 뭐해? 모여서 파티나~” 하는 개강 시즌의 분위기를 딱히 즐기지 못하는 다수의 한국 유학생들로서는 “이미 차고 넘치는” 소통 채널을 굳이 더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수 밖에. 하지만, “소외되지 않으려면, 수업이나 과제나 행사를 두고 뒷북치지 않으려면” 결국엔 너도나도 싫지만 다운받는 “페북과 인스타”가 되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없다고 “공부를 못하는” 상황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왕 고생해서 유학생활 중이라면, 조금이라도 덜 우울한 시절이 되도록” 나 스스로를 “아싸”로 방치하는 귀차니즘 정도는 극복하는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유럽에서 인싸되는 인스타 활용법

굳이 “인싸”는 되기 싫다거나, 그런 것은 “개나 줘버려” 하는 튼실한 마인드의 소유자라면 더더욱 “인싸? 뭐더러?”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페북이나 인스타는 특성상 “아이디를 만들면 친구를 연결하거나 팔로우해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메일 가입하듯 “아이디는 팠다”고 끝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대체, “인스타는 어떻게 써야 할까?”

인스타를 사용하는 유럽인들의 패턴은 보통 3가지로 나뉜다. “인싸들의 스토리나 포스트”를 주기적으로 피드받던지, “친구가 올린 사진이나 meme (패러디 또는 특별한 문구가 삽입된 사진/짤)”을 즐기며 소일하거나, 아니면 “DM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카톡 처럼 사용하거나.” 중요한 것은 “좋아요”를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누가 눌렀는지 누구는 왜 안 눌렀는지 따위가 궁금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대학마다 클래스마다 “공식 계정/채널” 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여기를 통해서만 “메시지를 공유하거나, 행사/이벤트 소식을 전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거 없어도 유학 생활에 눈꼽 만큼도 지장은 없다.”

인싸가 되면 좋은 점은 딱 하나다. 그건 바로, “유럽인들 사이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수업 내외적으로도 내 목소리가 존중받는” 그런 유학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인스타만 잘 하고 공부를 못하면 누가봐도 “아싸”로 전락한다. 따라서, 최근 1-2년 사이에는 “공부하는 모습을 올리는” 인스타 계정을 따로 만드는 학생들도 종종 있으며, “나 지금 뭐 공부해~” 라는 걸 서로 인스타를 통해 확인하고 응원하고 킬킬거리는 그런 유럽 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방콕 온라인 강좌”가 잔뜩 늘어난 요즘, 유럽에서 외롭지 않은 유학생활이 하고 싶다면? 또, 한국 언론에 등장하듯 “인종 차별의 희생자”가 되는 불미스럽고 불행한 피해를 겪지 않으려면 “유럽 친구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그런 적극적인 유학생 마인드를 지니는 편이 그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페북을 한다고, 인스타를 한다고 이러한 피해를 겪지 않을거란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유럽에서 누구나 이런 피해를 겪는다고 과장할 필요도 없다. 결론은, “한국인끼리”와 같은 모습을 보였을때 아무래도 이런 피해를 겪을 확률이 조금은 더 높을거란 생각은 너무나 바보같은 우려일까? 아니다. 페북도 인스타도 이런 불행을 막아주진 않겠지만, 적어도 “주변에 나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갈 때” 비로소 유학 생활의 피로감이나 우울감은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며, 내 주변에 나를 더 잘 이해해주는 현지인들이나 외국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있을 때,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그런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는, 간혹 한국인/일본인/중국인 남학생들의 패션이나 스타일링이 종종 “게이스럽다”며 놀림감이 되거나, 여학생들의 메이크업이나 말투, 애교스런 표정이나 행동 등이 “왠지 좀 어리숙해 보이도록” 만드는 “오해의 장벽”이 분명히 존재함을 인정하기에, “소셜 앱”을 통해 진정한 “소셜라이징”하는 노력이야말로 “외톨이 또는 은둔자”와 같은 오해를 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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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놀라운 장면들 가운데,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거나,” “겨우내 한 두가지의 외투로 버티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이라이너”외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거나, 수염을 기르지 않는 19세 이상의 남성은 거의 없다거나, 처음 본 사람이라도 5분 이상 대화하고 헤어질때엔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한다거나 (*물론 코로나 때문에 잠시 사라진 모습), 한국에서 유행하는 안경이나 패션은 유럽에선 “쟤는 또 뭐야?” 하는 시선의 대상이 된다거나…. 등등을 손에 꼽아봅니다.

**쓰다보니 “국뽕”을 다그치거나 “양것이라면 양잿물이라도 좋다”는 식의 주장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거나, 무조건 어느 하나만 좋다는 식의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당당히 한국인으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라도, 먼저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한 유학 쌩초보가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적은 글입니다. 혹시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거나 마음의 상처를 드리는 글은 아니었기를 바라봅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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