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도 떨어진게 아니다

(©Netflix) 국내와 마찬가지로 유럽 의치약대 입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

[로마©Medu.News] 지난 해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으로 이어진 “한국이 제작한 영상작품”에 대한 세계적인 인기는 어느 덧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제작한 “오징어 게임”으로 최정점에 달한 요즘이다. 흔히 말하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영화와 드라마가 전할 수 있는 감동은 “공감대”에 기반하며, 스트리밍을 통해 세계 전역에 방영중인 오징어 게임은 “잔혹할 정도로 치열한 현실”과 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내적 갈등”이라는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인 내러티브를 통해 “세계 1위”의 공감 능력을 드러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지닌 “자살률”이나 “이혼률” 외에도 “치열한 입시경쟁률” 등에 대한 “이미 식상한” 사회적 현실이 오징어 게임을 통해 또 한 차례 재조명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매년 IMAT 응시자 가운데 “재수생과 삼수생”이 늘어난 현재, 어쩌면 “마음 편하게 공부하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징어 게임 속 잔혹한 현실이 과연 “모두의 현실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설명해본다.

(또) 떨어졌다

마음 아픈 이야기이다. 어지간한 시험은 “불합격” 그 자체로의 허탈함으로 수험생을 힘들게 하지만, IMAT 불합격은 거기서 한 발짝 더 내딛는다. 이탈리아 메디컬 유학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1년간의 시간”이 고스란히 파묻힌 듯 느껴지는 것 외에도 “시험을 치르기 위한 비용”이 매몰되었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retrospective cost 또는 sunk cost 가 크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각종 서류를 준비하고, 항공권을 구매하며, 응시기간 동안 소요된 체류 비용 등 오롯이 “시험을 치르는데 투입한 비용”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응시 비용이 수험 기간 전체에 소요된 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이 소요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일종의 “여행 비용”이라 생각해야 하는 점에서, IMAT 응시를 위해 지출한 금액은 결코 작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비용이 과연 “시험 공부를 하는 동안에 투자한 인생과 학습 비용”보다 크다고 말한다면, 그는 결코 “제대로 수험 생활에 몰입했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IMAT 응시 결과 “불합격”은 그 매몰비용이 일반적인 시험에 비해 훨씬 큰 현실이라고만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솔직히, 올해의 IMAT 결과에 따르면, 한국계 지원자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불합격”한 경우는 1-2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에는 2-3년째 “비슷한 성적”으로 불합격한 사람도 더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험에 떨어진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삼수 이상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메디컬 유학을 성공하려는 공부가 아닌, IMAT 자체에만 시선을 고정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계” 지원자의 공통된 특성으로 “그래서 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이스라엘이나 이란 등 다른 지역 출신의 non-EU 지원자들도 비슷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또) 떨어졌을까?

유학이 아닌 입시를 준비한다고?

물론, 대학에 다니려면 “입학”에 성공해야 한다. 때문에, “입학 시험”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지난 25년 가까이 출제되며 어느 순간 “문제은행” 형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수능시험과 달리, IMAT을 포함한 “유럽 의과대학 입학시험”은 (구술면접을 포함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에 준하는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오류”를 유도하는 시험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수험생은 너무도 당연하게 “IMAT 고득점의 비결”을 물어보며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비책이나 특화된 자료” 등을 찾아 헤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능이 그러하듯, 입학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내공”이 중요하고, “교과서 위주의 학습”은 당연히 “기본 중의 기본”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교과서만 공부하고도 수능 만점을 기대할 수 없듯이” IMAT 이나 나머지 유럽 의과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교과서는 기본이고, 그 외의 노력을 더해야” 하는 현실이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은 각 단계별로 “어떤 게임이 진행될지”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모든 참가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IMAT 또한 마찬가지로 General Knowledge 와 같은 “전혀 준비가 불가능할 것 같은” 영역이 1/4 가량을 차지하기에, 상당 수의 지원자들은 “대체 이런 영역을 왜 평가하나?” 싶은 마음을 지닌 채 “운에 맡기거나 아예 생략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입시가 그러하듯, IMAT 등 “일반 상식”을 물어보는 유럽 입시의 목적은 바로 “입시가 아닌 유학을 준비하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암기왕”을 선발하는 타임어택 형식의 게임이 아니므로, “유학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써 “(유럽에 관한) 상식을 묻는” 형식을 택한 것이다.

(©Medu.News) IMAT 응시 최저 요건과 권장 요건의 차이는 크다

합격하고도 휴학했던 속 사정

유럽의 “학부 과정”은 4년 혹은 3년에 걸쳐 이루어지며,

“의과대학”은 “석사과정”으로써 “졸업 논문”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유럽 의치약대가 요구하는 “신입생의 자격”은 형식적으로는 “고교 졸업학력” 하나로 볼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석사 과정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에 걸맞은 리서치 능력 + 임상 실습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는 의학적 소통 능력”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강의 언어(=영어)”와 “실습 언어(=현지 언어)”라는 메디컬 유학의 특성에 따라, IMAT 과 같은 입학 시험에서 평가하지 않는 “권장 지원 자격”을 무시한 채로 유럽 의과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했다면, “합격하고도 휴학해야 하는”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헝가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유급”이라는 상처를 입어가며 6년이 아닌 7-8년 만에 졸업하는 한국인도 많았으나,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어지간해서는 (유급 이전에) “자발적 휴학”을 선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이 휴학하는 사연을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의과대학 입학 직후부터 “한국 과외선생님”을 찾았던 (미국 교포 자녀를 둔, 국내 모 대학 교수) 학부모의 요청은 “유학할 준비가 되지 않고도 합격해버린” 사례 가운데 하나였다. 또한, 과학고 출신의 수험생도 SKY 출신의 합격자도 “영어로 IMAT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수준”으로서 자신의 “메디컬 유학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나, 2-3학년 진급 이전에 소리소문 없이 한국으로 귀국한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오징어 게임 속 벽면에 낙서처럼 그려진 “모든 게임에 대한 설명”을 그저 “낙서로 여기고 지나친” 대부분의 참가자가 새로운 게임을 마주한 순간 아찔한 공포를 느꼈듯이, 재수나 삼수를 하면서도 여전히 “메디컬 유학에 대한 설명”을 무시하고 지나쳤던 것은 아닐까?

안 되는 길이 아닌 되는 길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IMAT에 도전하는 수험생도, “재필삼선”의 심경으로 나름대로는 IMAT을 잘 파악했다는 지원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론은 “일단 합격부터 하고 보자”는 마음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결론적으로 “(될 줄 알았지만) 안 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대로, 이번에 (또) 떨어졌다고 아예 가던 길을 멈춰야 할 이유도 없다. 왜냐하면, 수험생이 가려는 길은 “입학시험 합격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 “의료인이 되기까지의 길”이기 때문이며, 입학 시험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은 모두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것이지 “첫번째 휴게소 (= 합격부터 입학까지)”에 가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되는 길로 가라는 이야기가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보다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다. 결론은 “과학과 어학” 모두에 치열한 시간을 투자하고,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공부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메디컬 “유학”을 떠나려 공부한다는 수험생이, 여전히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고교 수준의 참고서를 공부한다며 EBS 교재나 수능 강좌나 MEET/DEET 등의 자료를 활용한다면, 궁극적으로 “석사 과정의 유학”을 하려면서도 “수능 수준의 국내 입시 준비”만을 반복하는 상황에 불과할 것이다. “되는 길”은 결국 “과학과 어학”을 동시에 공부하는 과정이며, 제대로 된 “이정표”를 바라보며 묵묵히 시간을 채워가는 여정이다. 실망의 시간은 짧게하고, 결과에 대한 판단은 보다 먼 훗날에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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