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Medu.News]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11월 1일은 “공휴일”에 해당한다. 보통의 유럽 휴일은 0월0일 보다는 “0월 0째 0요일” 등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가운데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지정함으로써 “금토일” 또는 “토일월” 등의 long weekend 로 활용하는 “공식 단기 휴가”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를 통해, “매년 줄어든 휴일”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봄-여름-가을-겨울 각각의 long weekend 동안의 여행 업계에서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일정한 패턴의 여행 관련 매출이 유지되도록 한다. 특히나, 여름에만 휴가를 쓰는 것이 대부분으로 여겨져온 국내에 비해, 유럽의 휴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활용법은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여름 휴가는 충분한 더위와 햇볕을 즐기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관광” 위주가 아닌 “휴양과 레저” 위주의 계획을 세운다. 오히려 “볼거리 위주의 관광”은 불과 1-3시간이면 유럽 전역을 LCC (Low-Cost Carriers 저가 항공사) 직항편으로 다닐 수 있다는 장점에 따라 “봄-가을”의 시즌 별 long weekend 에 계획한다. 또한, 추운 겨울은 “스키 시즌”에 해당하여, 스위스-슬로베니아-이탈리아-오스트리아-체코-프랑스 등으로 1-2주에 걸친 “스키&스파” 여행 상품이 주가된다.
유럽에도 명절은 있다
사실, 이와 같은 “휴가와 관광”은 국내에서는 법정 공휴일임에도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직장 문화로 오랫동안 존재했기에, “주변의 눈치를 보지않고 쉴 수 있는” 명절을 포함해서 즐기는 것이 보편화되었고, 이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명절에 꼭 가족이 모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보다 효율적인 방법에서 공휴일을 지정함으로써 “자유 분방하고, 개인의 휴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럽에서는 오히려 “명절”은 반드시 가족과 함께 보내야하는 것으로, 해당 명절 시즌에는 일반적인 휴양지 등은 생각 외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소 의외라 여길 수 있는 “유럽의 명절 문화”는, 따져 보면 한국이나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이 비슷한 모습으로 비슷한 시기에 명절을 보내는 것처럼 “나라마다 큰 차이 없이, 비슷한 명절 풍습”을 지닌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명절로는 성탄절과 부활절이 있으며, 이는 단순히 기독교의 기념일을 벗어난 “국가 공휴일이자 명절”로써, 성인이 되어 독립한 자녀들이 (조)부모의 집을 찾아와 적어도 2-3일을 함께 머무는 기간이다. 하지만, 성탄절과 부활절은 보통 “성당과 교회” 등이 진행하는 “종교 행사”와 관련되어 명절을 보내거나, 맛있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여 함께 친척들을 초대하여 만찬을 즐기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우리와 같이 “제사나 기일(忌日)” 등,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거나 추모하는 일정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개신교 측면에서 “죽은 영혼이나 귀신을 추모하는” 것을 단순히 기도하는 것을 벗어나 “의식을 치르는” 모습으로 변형되는 것을 금지하므로, 기독교(*천주교, 개신교, 정교, 유대교 등을 통합하는 명칭 – Christianity)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유럽에서도 이러한 “제사와 같은 의식”을 찾아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중세 암흑기, 장묘와 제례의 변화
특히, 생일과 기일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문화와 달리, (부모 등 가족을 추모하는 것 외의 일상적인 것들을 “꺼리는 날”이라는 뜻을 지닌) “기일(忌日)”을 챙기는 경우가 드문 유럽 사람들에게 “성묘와 벌초” 등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놀랍게도, 유럽 사람들도 “성묘와 벌초”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만 우리와 조금 다른 “죽음의 역사”로 인한 차이를 나타낸다. 모든 의과대학이 가르치는 History of Medicine 에 따르면, 유럽의 “사망과 장묘 문화”는 역사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초기 기독교 문명이 존재할 무렵에도 존재한 “묘지 문화”는 일종의 “납골당”과 같은 기능을 하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공간적 분리”에 대한 개념도 함께 자리했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어떤 지역에 “큰 역병”이 휘몰아치며 동시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이러한 “공동 묘지”의 위치는 “마을에서 먼 곳”으로 보내야만 죽은 영혼이 살아남은 사람을 더 이상 데려가지 못한다는 나름의 논리 체계를 갖춘 증거이다. 물론, 의학적인 관점에서, “시신이 부패하며 박테리아와 세균의 급증”함에 따라 (감염병으로 사망한) 시신의 주변에서 1차 또는 2차 감염으로 추가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나름의 논리 체계에 따라” 공동 묘지를 마을 가운데 또는 바로 옆에 두고 “망자를 돌보며 기리던” 장묘 및 제례 문화는 (질병으로 사망자가 많았던) 중세 암흑기를 거치며 “도시 외곽이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새롭게 조성됨에 따라 “성묘와 제사”와 같은 행위나 의식도 점차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제사를 하나로
이러한 변화를 거쳐, 오늘 날의 유럽 사람들은 두 가지 형태로 “조상을 추모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독일과 프랑스는 상당 수의 도시 한 가운데에 “묘지 공원”이 위치하여, 누구나 “공원 잔디와 벤치”에서 햇볕을 즐기거나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는 등 “여가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활용한다. 물론, 이들 가운데 “가족의 묘소”를 잠시 둘러보고 꽃을 가꾸거나 촛불을 새로 교체하는 등 나름의 “벌초”와 같은 단장을 하고 난 후에 “공원에서 휴식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 외에도 별도의 “명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묘지”로 모여드는 모습을 볼 수도 있는데, 특히나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이러한 “명절 연휴”를 통해 성묘를 하고, 고향에 남은 가족과 친척, 그리고 동네 이웃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와 헝가리는 매년 11월이면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명절을 지내는데, 이것이 바로 All Saints’ Day (11.1) 과 All Souls’ Day (11.2) 이틀에 걸친 명절이다. 공식적으로는 11.1 하루를 “모든 기독교 성인의 날”로 지정함으로써, 하루 전인 10.31 저녁과 11.1 등 이틀 간, 각 성당은 특별 미사를 거행한다. 유럽의 기독교에서 “성인”의 칭호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가 “교회와 교인을 위해 희생한 의인”에 해당하며, 이들을 추모하는 것은 “교회와 교인” 모두가 깊은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그 다음 날인 11.2 에는 “가족과 친지”를 포함한 모든 죽은 영혼을 위한 날로써, 우리가 표현하는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과 비슷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동 묘지 (가 포함된 성당)”으로 모여들어 묘소 주변을 정돈하고 새롭게 촛불을 밝히는 의식을 행한다.
이렇게, 유럽의 11월은 천주교가 정하는 “위령 성월 (*죽은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성스러운 달)”에 포함되어, 농부의 추수를 마무리하고 곧 다가오는 기나긴 겨울을 준비하며, 11월 말에 이르러 4주 동안에 걸친 “대림 시기(Advent)”를 시작하는 매우 뜻 깊은 달이다. 즉, 12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까지의 기다림의 시기 이전에, 한 해 동안의 농사 등 일상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마음으로 보내는 명절의 시작이 바로 11.1 All Saints’ Day 와 11.2 All Souls’ Day 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럽 사람들은 “한 사람 마다의 제사와 기일”을 지키지는 않는 대신, “기독교의 달력”에 맞추어 “한 해의 노동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종교적) 희생자를 포함하는 모든 이의 조상들을 함께 추모하고, 무사히 한 해를 넘길 수 있음에 감사하는” 모습으로 “모든 이를 위한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할로윈과 추수 감사절로 나뉜 미국의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10월의 마지막부터 11월의 마지막까지 “유럽의 조상이 지켜온 문화”를 각각 분리하여 지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