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잊은 유럽의 착각

유럽 각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4월,

여전히 남는 의문, “유럽의 선진국은 왜 그렇게 피해가 컸을까?”

이에 관한 한국내 언론이나 시사 평론가 등이 주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공공 의료 시스템의 폐해”다. 특히 “의료 시스템의 붕괴” 등과 같은 “열악한 의료 환경” 정도로 묘사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얼마나 유럽의 의료 환경과 시스템, 그리고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의료 혜택의 기준”이 얼마나 한국의 그것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지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물론, “한국 기준”에서는 일견 올바른 진단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입장을 바꾸어 “유럽 언론이 유럽인의 기준에서 한국을 평가한다”면 과연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이러한 “유럽식 평가”에 대해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까? 제 3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만큼 객관적 시선을 유지할 수 있으니 무조건 합리적인 평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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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무상 의료란 없다.

 

흔히 한국 언론들이 유럽 의료 시스템을 논할때 곧잘 범하는 실수가 바로 “무상 의료”라는 표현이다. 유럽에도 공공 의료의 영역과 일반 영리 병원이 모두 존재하며, 경우에 따라 환자들이 병원 현장에서 직접 비용을 납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상”으로 오해를 사는 원인이 된다. 공공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현장에서 결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은 매년 “소득에 비례하여” 건강 보험료를 납부하며, 이는 국가의 건강 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지 않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로 공공 보험 또는 보험 회사를 통한 사보험에 가입하여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과거 프랑스 등으로 대표되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여행자” 등 단기 체류자를 대상으로 “응급 의료 비용의 면제” 혜택을 주었던 것이 여전히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국가 재정의 위기 또는 공공 의료 수준이 열악해진다”는 식의 잘못된 논리로 전개되는 듯 하다.

굳이, 미국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건강 보험 체계는 매우 합리적으로 발전해왔으며,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의료 혜택을 마음 껏 누리고 있다.  만약, 이러한 한국의 건강 보험 체계를 두고 “1만원도 되지 않는 1회 진료비”를 이유로 “무상에 가까운 의료”라고 표현한다면, 과연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럽, 특히 이탈리아나 독일의 경우에는 4인 가족의 평균적인 연간 건강 보험료의 수준이 결코 한국보다 저렴하지 않으며, 특히 독일은 철저하게 소득 수준과 가구당 구성원의 수 등을 바탕으로 보험료를 징수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공공 보험료의 수준은 한국보다 결코 저렴하지 않다. 따라서, “무상 의료의 폐해”로 일컬어지는 코로나19의 막대한 피해 이유로 “(무상) 공공 의료”를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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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병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병원”의 개념이 한국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3차 의료기관이 아닌 2차 의료기관만 하더라도 왠만한 유럽의 지역내 거점 병원과 비슷한 규모를 지닌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은 G7에 포함될 정도로 매우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며, 인구와 영토 또한 한국보다는 큰 편이다. 그런데, 왜 “인구 1천명당 중환자 병상의 수”나 “병•의원의 수” 등이 한국에 뒤쳐지는 것일까? 이러한 G7 국가들이 “(의료 시스템에 투입하는) 재정이 부족해서”라는  분석은 그다지 설득력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비극을 극심하게 겪으면서 “의료 시스템이 빈약하다고 느끼게 된” 실질적인 이유는 “평상시 개인이 아플때 의료 혜택을 이용하는 절차와 문화”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프면 병원에 간다? 유럽이라고 이 사실이 다르지는 않다. 문제는 “아픈 정도”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 유럽은 왠만한 일터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 집에서 쉬라”는 것이 일반적이며, 어지간해서는 “처방전이 필요한 의약품”의 도움을 구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반적인 의료 시스템 또한 “지역별 주치의 제도를 통한 1차 진료 ☞ 주치의 처방에 따른 투약 또는 정밀 검사 ☞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5일-15일간 입원 ☞ 전문 재활 기관을 통한 수술후 통원 치료”의 순서로 작동하며, 때문에 핀란드나 덴마크 등 국토 면적이 작은 유럽 선진국의 경우에는 갈수록 “지역 거점병원의 전문화와 첨단화”를 외침과 동시에 “주치의 1명당 인원 수를 축소”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인다.

즉, “예방 의학의 관점에서 1차 진료기관의 역할 확대”를 가장 효율적인 패러다임으로 여기는 것이다. 때문에, 유럽에서 “큰 병원”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과거에 비해 “수술 전후의 환자 관리”에 필요한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환경에 따라, “가정 또는 전문 재활 기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의사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유럽에서 말하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평소의 표현이 코로나 19의 엄청한 피해를 겪는 현재와는 또 다른 의미일 것이지만, 결론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는 표현은 한국 언론이 지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코로나 19를 마주한 2020년의 유럽은 이러한 평소의 의료 시스템 방향이 이러한 “위급한 감염병 사태”에는 얼마나 취약한지도 충분히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이는 “감염병 관리 체계”의 개념을 2차대전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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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바이러스 확산이 줄어들기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다.

 

위에 열거한 “현실”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코로나 19의 피해를 유럽에서 쉽게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생활과 문화”에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평소 “왠만큼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일반적인 유럽인의 병원에 대한 인식은 “2차대전 이후로 높은 수준의 위생 관리로 인해 급격히 줄어든 감염병의 발생 빈도”로 인해 평소에도 “입에 댄 음료나 음식을 쉽게 나누어 먹는” 유럽인들의 생활 습관이나, “마스크를 썼으니 타인과 평소처럼 열띤 대화를 해도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고 “마스크를 썼으니 여전히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거나 좁은 공간에서도 평소처럼 대화하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일부 유럽인들의 “사회적 거리”가 매우 좁다는 일상의 문화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유럽 국가들의 매우 높은 흡연자 비율이나, 연중 일조량이 낮고 안개끼는 날씨가 많은 내륙 국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현실은 코로나 19와 같은 급성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병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는 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환경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과 다른 유럽의 상황에 대한 추정보다 훨씬 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바로 “준법 의식 수준”이다.

필자가 한국인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자, 동시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유럽인들의 일상적인 단면 가운데 하나는 바로 “준법 의식 수준”이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왠만큼 폭이 좁은 도로가 아닌 이상 “무단 횡단”을 목격하는 것이 어렵다. 유럽은 지역의 차이가 큰 편이기는 하지만, 이탈리아 등 남유럽으로 갈 수록 “단순 교통 법규위반”을 목격하게되는 빈도가 무척 높다. 게다가, “공공기관의 엄격한 규정 (및 유지)”는 남유럽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이며, 이로 인해 “나 하나쯤” 이라는 마음을 갖고 사는 듯한 이탈리아 사람들을 보게되는 것은 매우 빈번한 일이다. 더구나, “국가의 비상 조치” 등의 긴급 명령이 역사적으로 “공포의 대상”이었던 한국 사회와 달리, 이탈리아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에서는 “지방 정부와 연방 정부의 통합이 여전히 갈등 요소”로 자리할 정도로 “국가와 정부의 명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모습을 통해, “방역과 검역 조치”에 대한 정부의 긴급 명령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인지는 사뭇 회의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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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따로, 또 같이

 

시시때때로 개인 휴대전화로 “긴급 상황”을 알리는 재난 문자메시지 시스템은 “개인 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엄격히 금지하는 (일부) 유럽의 응급 상황 대비 시스템은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평소 감염병은 물론이며 “일반적인 예방접종 마저도 금기시 하게 만든” 가짜 뉴스의 폐해로 인해 환절기에 기침을 하면 “집에 머물러 쉴 뿐, 마스크를 쓰면서까지 외부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유럽인들의 일반적인 “마스크 착용과 질병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은 앞으로 상당한 변화를 거칠 것이다. 이는, 한국에 비해 매우 엄격한 유럽 사회의 “노동자의 휴식에 대한 권리 보장”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질병 예방과 감염병 확산 차단”을 위한 사회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며, 동시에 지금보다는 “(슈퍼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 감염의 확률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을 것은 바로 4차 산업 혁명을 외치던 IT강국 대한민국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미 높은 “재택 근무 비율”을 자랑하는 독일, 프랑스 등의 노동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는 의료 시스템이 이러한 “수정을 통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과, “언제나 의료인의 숫자는 부족하다”는 사회 다수의 믿음을 통해 “보건 및 의료 관련 재정의 확대를 바탕으로 국내외 의료진의 채용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G7 국가들이 이번 코로나 19로 인해 최악의 피해를 겪고 있으나, “값비싼 교훈”을 통해 여전히 긍정적이고 발전하는 미래를 마주할 것으로 믿으며, 급격히 드높아진 한국의 바이오 메디컬 산업에 대한 전 세계적인 신뢰와 존중을 통해 유럽을 포함한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과학자와 의료인들의 보다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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