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u.News) 동아일보는 국내와 유럽 의사의 근무 환경을 비교했다

[로마©Medu.News] 이탈리아와 유럽 의치약대에 대한 국내 언론과 입시기관들의 관심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지난 19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한국과 유럽 의사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비교는 기존에 잘못 알려진 “유럽 의사”에 대한 급여 체계나 연간 휴가 등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를 새로운 관점에서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국내 의료진이 해외 “학회” 등을 통해 만나게 되는 유럽 의사와 의과대학 연구진 등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은 단편적인 “급여와 근무 시수”에 대한 불만족 그 자체로는 “일상 속의 의료직 근무환경에 대한 이해”를 온전하게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연수”와 같이 일정 기간을 유럽에 체류한 국내 의료전문가나 관련 전공자들이 접하는 “현실적인 근무환경”과 “종합적인 사회보장제도 및 일반 근로자의 휴가와 은퇴” 등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가 없이는 제대로 된 비교 자체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동아일보가 보도한 관련 내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래 진료, 언제 얼마나 필요할까?

흔히 “한국만큼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 없다”는 이야기는 비단 한국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장기 거주한 외국인도 모두 공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공공 보건의료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라는 집중적인 공공의료 중심의 체계를 갖추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에 우수한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90년대 이후로는 “최첨단 의료기기와 최신 의술의 빠른 도입”을 이루기 시작하며 눈부신 발전과 안정화를 이뤘다. 하지만,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한국 의료 시스템”은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 인력이 극도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낸” 결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실제로도 “완벽한 공공의료가 아닌, 공공과 민영 의료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제도적인 문제점 또한 “의사와 간호사” 모두를 크게 희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숫자가 매우 제한되었던 지난 1년 6개월 가량의 시간 동안,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 외에도 “동네 병원”이라 일컫는 1차 의료기관에서도 이러한 “의료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환경”은 “돈 잘 버는 전문직”이라는 보편적인 인식에 대부분 가려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환자=국민”이라는 대전제에 있어서, “의료인=국민”이라는 부분은 상당 부분 잊혀지곤 했을 뿐만 아니라, 이토록 열악한 근무환경을 통해 혹사당하는 의료인 또한 얼마든지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의료인=의사”라는 대표적인 관점으로 인해,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그 밖의 의료 전문가”들이 모두 “희생하고 헌신하는” 국민이자 (잠재적) 환자일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문에, 일반적인 국민으로서 이들에게 “진료비 수납” 말고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필요한 경우에, 필요한 정도의 진료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닐까? 보통의 경우,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하라는대로” 하는 것이 전반적인 치료의 과정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병원을 가기 전에 “아프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과 제도가 먼저 자리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환자 스스로 휴식을 통해 회복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치료”라는 진리에 더해, “잦은 외래 진료를 통한 (불필요할 수도 있는) 의약품 처방과 복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2020©OECD) 2020년 기준, 주요 OECD 회원국 외래 진료 비교

때문에,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공 의료” 중심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배경이 바로 “아프면 쉴 수 있는” 전 국민의 근로 환경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는 “의료진 또한 국민이자 근로자”이며, 일반 임금 노동자 이외에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큰 차별이 없이 “아플 때엔 충분히 쉴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와 함께,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가 “아픈데 일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보다는 “아프면 휴식을 통해 회복한 이후에 얻는 생산성”이 더 높다는 인식을 뿌리깊게 공유한다는 점은 한국의 직장 문화 개선과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률의 지원이 함께 이루어지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변화가 될 것이다. 때문에, 해당 기사에 제시된 OECD 국가별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에 대한 데이터에서 나타나듯, 한국의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이탈리아나 독일의 2배 가량에 육박하는 현실은 결과적으로 “의료인의 노동 강도”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의사는 이탈리아나 독일 의사에 비해, 적어도 2배 가량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유럽과 한국의 개원의가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벌며, 얼마나 쉬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세밀한 분석을 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국내 개원의, 진료와 사업의 이중부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고있는 내용이 바로 “개인 병원 = 개인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간혹 “개인 병원에 연관된 리베이트 의혹”이나, 특정 진료과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불법 시술이나 보험 사기”와 같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범죄 행위가 마치 “대부분의 개인병원에 만연한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도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개인 병원의 “흔하지 않은 범죄 행위”와는 별개로, 대다수의 개인 병원은 어쩌면 “일반 자영업자와 비슷한 책임과 부담감”을 항상 공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수도권을 기준으로 개원의 1인이 하루에 진료해야 하는 외래 환자는 약 100명 가량으로,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상당 부분의 “적자”를 감안해야 하는 현실로 알려졌다. 특히, 상당 수의 개인 병원들도 “임대료와 관리비” 등 일반적인 자영업자라면 항상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높은 고정 지출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간호사”라는 또 다른 전문 면허 소지자에 대한 임금과 4대 보험료 등, 평균적으로 2-5명 가량의 “피고용인”을 책임져야 하는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스란히 지닐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더군다나, “최신 의료기기”와 더불어 “일정 기간마다 새롭게 바꿔야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등, 어쩌면 어지간한 자영업자보다 “시설과 설비”에 투입해야 하는 지출 비용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 또한 “의사 1인이 매일 진료해야 하는 환자의 수”를 높게 유지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자영업자로서 책임져야 하는 사업 운영의 책임”으로 인해, 일반 개인 병원은 대형 병원 못지 않게 “다수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높은 수준의 노동 강도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 반대의 위치에 있는 “의료 서비스 수혜자”인 환자(=국민)들에게 허락되는 “진료 시간”은 점점 더 짧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짧은 진료 시간이 모든 환자에게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충분한 대화를 통해 환자의 기저 질환 외에도 식습관이나 운동습관 등 환자 개인이 지니는 임상적 요소를 최대한 파악할 수 있는” 문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오진이나 과다 처방” 등의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때문에, 의사 1인의 관점에서도 앞서 열거한 “개인 사업자 또는 자영업자”로서 개원의가 항상 큰 부담을 느끼는 “고정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여유로운 근무 환경과 충분한 환자 1인당 진료 시간 확보”를 통해 의사 스스로의 건강은 물론이며,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의료 시스템일 것이다.

(©Medu.News) 의사가 충분히 쉬지 못하면, 오진의 확률만 높아진다

유럽, 개인의 부담을 국가와 나눠

실제로, 유럽의 경우에는 동아일보 기사에 보도된 바와 같이 “개원의가 환자 1인을 평균 20-40분에 걸쳐 진료하고, 연간 최소 30일 이상의 휴가를 보장하는” 의료 근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 독일에서 근무중인 한국계 레지던트의 경우에도, “8시 출근, 4시 퇴근”과 같은 “국내 병원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출퇴근 근무와 외과나 마취과 등 응급 수술의 비중이 적은 전공과에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무조건 휴무”를 지키는 등 “연간 2개월 가량의 총 휴무일”을 보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는 “더욱 깊이있는 진료를 위해 1인당 진료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질 만큼,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통한 고품질의 진료”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변해왔다. 따라서, 유럽 의사와 간호사가 말하는 “높은 근무 강도”의 기준은 철저히 “유럽의 현실”에 뿌리를 둘 뿐이며, 한국과 같이 하루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대하는 것이 “평균에 가까운” 의료 근로 환경은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유럽이 말하는 “환자 1인당 평균 진료 시간을 늘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유럽은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 매우 강하며, 이는 심지어 “의사협회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한국이라면 “일정 수를 넘어서는 의사는 진료 품질을 저하시키고,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유럽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급 가능한 의사를 더 많이 확보해야만 환자 1인당 진료 시간과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이 더 많다. 또한, 해당 기사에 보도된대로, “GP 등 개원의에 대한 국가의 보조” 외에도 전반적인 “개원의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매우 낮도록 유지하는 “전문 진단기기는 2차와 3차 의료기관에만 설치하는” 의료 환경이 가능하도록 법률로써 “진단기기 설치에 관한 규정”을 세밀하게 적용하거나, (기기를 통한 진단보다) “충분한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일상적으로 환자의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일종의 “멘토링”을 진행하는 개념의 “공공의료”가 가능하도록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공공의료”를 운영한다.

여기에는, 개원의 1인이 부담해야 하는 “개인 클리닉 운영비용”을 낮춰주는 지원제도 외에도 “학부모로서 부담해야 하는 자녀 (사)교육비”가 한국에 비해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등,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 정부는 “개원의”가 지녀야하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부담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를 위해 일반 급여 소득자나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한국보다 높은 소득세율”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지닌 공통된 “단점”인데, 그로 인해 “세후 소득”이 예상보다 낮다는 느낌을 주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1년이 아닌 10년 단위로 “개원의가 지출해야 하는 운영 비용과 세 부담 (및 자녀 교육비용)” 등을 종합해보면, 결과적으로 “(비교 기준인 10년 동안에 걸쳐) 2배 이상의 근로 강도를 유지하며, 절반 정도가 채 되지 않는 휴무일 외에도 하루 평균 4배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고도, 2-5배 가량의 고용 유지에 대한 부담에 더해, 자녀 교육을 위해 10배 가량을 지출해야하는” 한국의 평균적인 개원의가 누리는 삶의 만족도가 과연 유럽 개원의(GP)가 느끼는 만족도나 “저녁이 있는 삶”으로 대변하는 “일과 휴식의 완전한 분리”를 대신할 수 있는지 등은 커다란 의문을 낳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의사 개인의 노동 강도”는 결국 “환자 진료”에 관계되는 “진료의 품질과 정확도, 적정성” 등의 문제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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